2005년 3월에 LG텔레콤이 이상한 숍Shop을 오픈한다고 공표하였다. 그 이름은 ‘폰앤펀Phone & Fun’. 사람들은 ‘폰’까지는 이해했으나 ‘펀’은 이해하지 못했고, ‘펀’이 뭘까를 놓고 갑론을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의 그 숍을 방문한 고객들은 지금까지의 이동통신사 대리점과 사뭇 다른 모습을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왜냐하면 전통적인 판매기능 이외에 그야말로 디지털 놀이터를 제공하는 숍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그 곳에서 휴대전화에 mp3 파일을 다운로드받는 것은 물론이고, 벨소리, 게임 등 다양한 디지털콘텐츠를 직접 체험한 뒤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경기도 일산의 ‘애니골’이라는 곳은 음식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먹을거리 길이다. 그 중 ‘와사등’이라는 고기집은 방문하는 고객들로 하여금 식후 재미거리를 제공하여 만족도를 크게 증가시키는 곳으로 유명하다. 가족단위 손님을 위해 아이들 놀이방과 전자오락실 제공은 물론이고 식사 후까지 손님들에게 다양한 재미를 제공한다. 식당 옆길을 따라 조금만 가면 차와 떡을 제공하는 장소가 나온다. 그 중 떡을 즉석에서 구워주는 것이 별미인데,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그러다 보니 주객이 전도되어 그 떡이 메인요리이고 고기가 애피타이저가 되는 웃지못할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펀 마케팅은 게임이나 퀴즈 등 재미있는 이벤트를 펼쳐 고객을 모으고 매출을 끌어올리는 마케팅 기법이다. 웰빙에 이어 재미와 역발상을 강조하는 ‘펀Fun’이 새로운 마케팅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고객의 오감을 자극하는 감성 마케팅이 마케팅과 광고계를 강타한 이후 소비자의 정서에 호소하는 트렌드, 즉 펀 마케팅, 디지로그 마케팅, 웜 마케팅, 음악 마케팅 등 여러 가지 정서적 마케팅 기법이 유행이다. 그 중에서도 고금을 막론하고 예외 없이 통한 것이 바로 펀 마케팅이다. 이를 반영하듯 펀 마케팅은 광고업계뿐만 아니라 유통, 게임, IT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펀 마케팅이 지금 유난히 유행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 중 가장 설득력을 갖는 것은, 현대 소비를 이끄는 주요계층인 10∼30대가 다른 연령계층보다 펀 마케팅에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또 하나는 경기가 장기불황 조짐을 보일 때는 TV 프로그램 중에서도 코미디 프로의 시청률이 강세를 보이듯이 펀 마케팅 역시 그러한 사회 트렌드를 반영한 현상이라는 해석도 있다. 또 하나의 해석은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 공유 및 확산이 무척이나 빨라진 요즘 재미있는 콘텐츠에 대한 니즈가 점점 높아졌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펀 마케팅은 다른 마케팅 기법 대비 성공 가능성이 무척 높은 편이므로 많은 마케터들이 즐겨 사용하는 기법이다. 단, 너무 많이 사용되어 오히려 가치가 감소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실행에 주의를 요한다. 펀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을 유념해야 한다. 첫째, 사회 트렌드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펀 마케팅은 결과적으로 사회의 트렌드를 웃음과 재미로 풀어내는 작업이다. 아이스크림 돼지바 CF에서 탤런트 임채무가 2002년 월드컵 때의 추억을 되살리며 바이론 모레노Byron Moreno 심판을 패러디한 것, 키덜트 제품들이 성공한 것 등은 사회 트렌드의 반영이므로 트렌드에 대한 모니터링은 필수 요소라 하겠다. 둘째, 펀 마케팅을 실행하기 위한 조직을 창의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펀 마케팅의 성공 여부는 결국 아이디어에 달려 있다. 누가 더 창의적으로 재미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케팅 부서를 포함한 조직문화가 유연하고 재미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보통신산업의 대표적 기업인 KT가 민영화되기 이전의 광고와 민영화된 후의 광고와 이벤트는 많이 다르다. 물론 민영화 후의 광고와 이벤트가 훨씬 독창적이고 재미있던 게 사실이다. 민영화 이후 KT는 조직 단위로 펀 데이Fun-day, 문화체험 데이 등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마지막으로, 좋은 펀 마케팅 아이디어가 제시되면 이에 대한 투자를 과감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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